읽을 거리, 생각할 거리

프로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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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의 현실과 프로의 자존심<?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신학은 종합예술이다. 다른 인문학, 과학과 달리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모든 분야를 염두에 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신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성서학과 신학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성서학은 글(text)을 읽고 해석하는 작업으로 이것의 기본은 언어다. 곧 히브리어, 헬라어다. 다른 성경들은 모두 번역본(version)이다. (조직)신학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작업으로, 이것의 기본은 철학이다.

 

안타까운 것은 신학교에서 이 두 가지 기본교육에 모두 허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학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는 커녕, 교리를 배우는 것으로 대신한다.

 

성서를 예를 들면, 미국의 모든 유수한 신학교에서 성서언어는 1년 과정 (2학기, 혹은 3학기)으로 되어 있다. 장로교처럼 언어를 중시하는 교단에서는 성서언어가 필수과목이며, 미국장로교교단(PCUSA)에서 목사안수를 받으려면 두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여야 한다. 이를 필수로 하지 않는 교단에서는, 성서언어가 선택과목이다. 공통점은, 성서언어는 최소 1년을 요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다른 과목의 두 배 가량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 경우).

 

그런데 일부 (한인) 신학교에서는 성서언어를 1학기로 축소시켰다. 물론 1년과정을 1학기에 소화할 수는 없다. 가르침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이해의 수준을 넘어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습득의 문제지,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왜 그럴까?

학생들이 힘들어 하니까 (겉으로 들어난 학교측 입장). 그러면,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꾸면 된다. 시간을 반으로 줄이면, 오히려 두 배로 더 힘들어 지니까. 커리큘럼에 맞추고 대강 넘어가려니까 (실제 학교측 입장).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대강 공부하고 학점을 따는/주는 것인데, 마치 중학교 수준의 수업으로, 대학과목을 이수한 것처럼 치부하는 행위이다. 사기행각이다.

 

신학을 하고, 특히 목회자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교육제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으며, 또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기독교의 전통--성서와 신학--을 대표하고 평신도를 가르칠 수 있을까? 성서를 모르고 어떤 의미에서 목회자가 평신도와 다르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어떤 의미에서 목회자가 프로페셔날(professional)일까?

 

-- 미국생활 꼭 30년 맞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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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 H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Susan H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하디 귀한 프로페셔날 신학자로부터 성경을 배우는 우리는 참 행운아들입니다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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